"피해자다움은 잘못된 통념"…성추행 무죄 깬 대법원

"피해자다움은 잘못된 통념"…성추행 무죄 깬 대법원[앵커]'성추행 피해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잘못된 통념이 아닌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장효인 기자입니다.[기자]'성추행 피해자 같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대법원은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하급심에서 다시 심리하도록 했습니다.A씨는 2019년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피해자 B씨를 모텔로 데려가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습니다.유일한 직접 증거는 피해자 B씨의 진술뿐인 상황.A씨는 합의에 의한 접촉만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B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점 등을 고려해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그러나 2심은 B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을 뿐 아니라, 피해자라고 하기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처음 보는 A씨와 모텔에 가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고, 즉시 도움을 요청하거나 모텔을 빠져나오지 않았으며, 모텔에서 나와 A씨의 차를 함께 타고 이동한 사실 등이 근거였습니다.대법원은 "잘못된 통념에 따라 통상의 성폭력 피해자라면 마땅히 보여야 할 반응을 상정해 두고, 이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진술의 합리성을 부정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 했습니다.성폭력 범죄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명확한 판단이나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례적인 반응이 아니라는 겁니다.피해자가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허락했더라도, 그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거부할 수 있으며,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가해자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가해자에게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따질 때는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기존의 판례를 구체화했다고 밝혔습니다.연합뉴스TV 장효인입니다. (hijang@yna.co.kr)#성추행 #성범죄 #피해자다움 #대법원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