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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풍백화점 붕괴’ 때 세 딸 모두 잃은 정광진 변호사 별세

방영덕 기자
입력 : 
2023-05-20 15:47:06
수정 : 
2023-05-20 15: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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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1월 5일 삼윤장학재단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 고인과 부인 이정희 여사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세 딸을 잃은 뒤 장학재단을 설립한 정광진 변호사(삼윤장학재단 이사장)가 19일 오후 8시52분께 별세했다.향년 만 85세.

20일 삼윤장학재단에 따르면 고인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63년 제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재직하다 1978년 변호사로 개업을 했다.

천직인 줄 알았던 판사 생활을 그만둔 것은 시각장애를 겪던 큰 딸 정윤민(1995년 사망 당시 29세)씨 때문이었다.

윤민씨는 5살 때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데 이어 12살 때 양쪽 눈 모두 시력을 잃었다. 이에 고인은 큰 딸의 시력을 되찾아주기 위해 변호사 개업을 했다.

윤민씨는 가족들의 노력에도 시력을 되찾진 못했다. 그러나 1988년 미국 버클리대 유학길에 올라 석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귀국해 서울맹학교 교사가 됐다.

고인이 지은 삼윤장학재단의 이름은 세 딸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의 애끓는 부정(父情)이 장학재단 설립으로 승화됐다.

고인은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때 큰 딸 윤민씨와 둘째 유정(당시 28세), 셋째 윤경(당시 25세)씨를 모두 잃었다. 세 딸은 생필품을 사러 백화점을 찾았다가 한꺼번에 참변을 당했다.

세 딸에 대한 보상금 7억원에 개인 재산을 더해 ‘삼윤장학재단’을 설립했고, 이를 큰 딸의 모교이자 첫 직장인 서울맹학교에 기증했다.

고인은 당시 “맹인 학생들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유난히 많은 것을 봐왔습니다. 삼윤장학재단은 특히 이들에게 힘이 되고자 합니다”라고 장학재단 설립 취지를 밝혔다.

부인 이정희씨는 “맹인들에게 빛이 되고자 했던 윤민이의 못다 이룬 꿈을 우리 부부가 대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정희씨, 외손자 윤상원씨 등이 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호실, 발인 22일 오전 7시30분. 031-787-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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