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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블루스 “오늘 밤 다시 갈게” 美 부채 협상 밀당…파월 금리동결 시사에도 뉴욕증시 하락 [월가월부]

김인오 기자
입력 : 
2023-05-20 07:11:16
수정 : 
2023-05-20 08: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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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미국 주요 지수 약세
버냉키 만난 파월 “신용경색,
성장·고용에 부담줄 수 있어”

매카시 “오늘 밤 협상장 갈 것”
미국 정부 협상 저녁에 재개

국채·달러 약세…금값 반등
연준
현지시간 19일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열린 전현직 연준 의장 대담. 왼쪽부터 트레버 레브 연준 국장,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벤 버냉키 연준 전 의장. 파월 의장이 든 두꺼운 자료가 눈에 띕니다. /영상 출처=연준

19일 현지시간 미국 주요 지수
19일 현지시간 미국 주요 지수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전·현직 의장 대담이 이뤄진 이번 주 마지막 거래일 19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기준) 뉴욕증시에서 주요 주가지수가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각각 전날보다 0.14%, 0.33% 떨어졌습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와 반도체 대장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각각 0.24%, 0.62% 하락했습니다.

옐런
19일 미국 중견은행 경영진과 만난 재닛 옐런(책상 오른쪽 두번째) 미국 재무 장관 /출처=미국 재무부

업종별로 보면 월가를 비롯한 미국 지역은행들이 ‘은행들이 더 파산할 수 있다’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발언이 전해진 영향으로 하방 압력을 받았습니다. 대표적인 은행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 지역은행’ (KRE↓1.78%)과 ‘SPDR S&P 지역은행’(KBE↓1.63%) 시세가 동반 하락했습니다.

이날 CNN은 재닛 장관이 전날 은행정책연구소(BPI)가 주관한 자리에서 24곳 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금융 업계가 위기를 계속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더 많은 은행 합병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했다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달 초 공매도가 집중됐던 지역은행 팩웨스트은행(PACW↓1.88%)과 웨스트얼라이언스은행(WAL↓2.44%) 뿐 아니라 월가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GS↓1.04%)와 시티그룹(C↓1.44%), JP모건(JPM↓0.23%) 등 주가도 하락했습니다.

이밖에 뉴욕증시 개장 전 월가에서는 모건스탠리(MS↓2.65%) 를 이그는 제임스 고먼 CEO(74)가 12개월 안에 사임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고먼 CEO 는 이날 회사 연례 회의에서 “차기 CEO로는 회사 내부에 쟁쟁한 후보자가 3명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고먼 CEO는 구체적인 사임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고, 사임 후 이사회 회장직을 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월
19일 발언 중인 파월 연준 의장

한편 이날 워싱턴DC에서는 뉴욕증시 장 중인 오전 11시 파월 의장(임기 2018년~현재)이 연준 본부에서 열린 토머스 라우바흐 리서치컨퍼런스에서 ‘헬리콥터 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임기 2006~2014년)과 ‘통화정책 전망’을 주제로 대담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파월 의장은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 금리(미국판 기준금리 ‘연방기금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면서 “다만 물론 상황은 매우 불확실하다”고 언급해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연준 내 다른 동료들과 금리 인상이 얼마나 더 필요할 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언급도 따랐는데요.

파월 의장은 “금융 안정을 위한 연준의 정책 도구가 은행들 여건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용 여건이 더 경직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제 성장과 고용,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미 미국 은행 부문이 한 차례 충격을 받았고 그 여파가 이어지는 와중이다보니 연준이 이전처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만 집중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고, 여전히 물가가 높기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금융 안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필요성 둘 모두를 고려하겠다는 발언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CME
19일 오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집계 기준, 연방기금금리(미국판 기준금리) 선물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이 6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할 가능성을 78%,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22%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연방기금금리는 5.00~5.25%입니다./자료=CME

다만 파월 의장은 매우 신중한 입장이라는 분위기를 강조하는 듯 했습니다. 이날 진행자와 버냉키 전 의장 가운데 앉은 파월 의장은 말을 할 때마다 준비해온 두꺼운 자료를 참고해가며 꾸준히 상황히 불확실하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직접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한 것이 시장의 기대 형성에 도움이 됐다”면서 “다만 현재와 미래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활용하는 것도 제약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앞으로의 통화정책 지침, 쉽게 말해 금리 인상·동결·인하와 관련해 연준이 언론 등을 통해 시장 행위자들의 기대나 결정에 영향을 주도록 발언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기 보다는 정책 모호성을 수용할 필요도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올해 2월 이코노믹클럽 공개 대담에서도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를 수 차례 언급했고 이에 따라 시장은 금리 동결 희망을 키웠는데요. 다만 3월에 이어 5월에도 금리를 0.25%p 올렸고 지난 3일 기자회견 때는 올해 금리 인하는 없다고 선 그은 바 있습니다.

파월 의장 발언이 전해진 후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6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입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금리 선물 시장 투자자들은 6월 동결 가능성을 약 67% 로 봤는데, 이날 오전에는 81% 선으로 높아졌다가 오후에는 다시 78% 선으로 내려갔습니다. 반면 베이비스텝(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25%p 올리는 것) 예상은 전날 33%에서 이날 오전 19% 로 내렸다가 오후 들어 22% 로 소폭 올랐습니다.

연준
양적 긴축(QT)이 아닌 무제한 양적 완화(QE) 정책을 펴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소방수로 통했던 ‘헬리콥터 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작년 10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영상 출처=연준

한편 양적 완화(QE)로 유명한 버냉키 전 의장은 은행권 혼란과 경제 침체 압박에 대해 “두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면서 “하나는 미국 국채가 서브프라임모기지 증권(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를 촉발한 부실 주택담보대출과 이에 기반한 파생상품)과 매우 다른 ‘안전 자산’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가 침체되면 미국 국채 가치가 더 올라간다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신이 연준 의장을 지낸 시절과 달리 올해 실리콘밸리뱅크 폐업 사태를 시작으로 확산된 미국 금융권 혼란이 국채 가격 폭락과 관련이 있고 이는 연준의 금리 인상 영향이라는 점을 에둘러 언급한 셈입니다.

이날 대담은 연준 통화국장을 지낸 토마스 라우바흐 추모 겸 열린 리서치컨퍼런스 일부로 진행됐습니다. 라우바흐는 짧은 암 투병 중 지난 2020년 9월 55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파월 의장의 최고 정책 보좌관 중 한 명이었습니다.

매카시 하원 의장이 19일 오전 부채 협상 돌연 중단 후 백악관을 향해 정부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출처=매카시 하원 의장 트위터
매카시 하원 의장이 19일 오전 부채 협상 돌연 중단 후 백악관을 향해 정부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출처=매카시 하원 의장 트위터

19일 G7 정상회의 방문 차 일본 방문 중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매카시 하원 의장과 거의 같은 시각 트윗을 통해 인프라스트럭처 지출이 중요하다는 점을
19일 G7 정상회의 방문 차 일본 방문 중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매카시 하원 의장과 거의 같은 시각 트윗을 통해 인프라스트럭처 지출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출처=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이런 가운데 ‘미국 정치 권력 서열 3위’ 케빈 매카시(공화당) 연방 하원 의장과 ‘서열 1위’ 조 바이든(민주당) 미국 대통령의 장외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협상이 중단된 후 매카시 하원 의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연방 정부 부채 한도가 신용 카드(한도)랑 똑같은 게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매년 부채 한도를 올리고 있는데 그렇게 계속 올리지는 못할 것”는 메시지를 남겼는데요. 일본을 방문 중인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거의 같은 시각 트위터를 통해 인프라스트럭처 지출이 10년을 내다보는 중요한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19일 G7 정상들과 일본 이쓰쿠시마 신사를 거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 /사진 출처=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이날 오전 협상 중단으로 인해 다시 미국 정부 디폴트(신용 불이행) 리스크가 불거지자 투자 심리도 흔들리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오전 협상 중단을 선언한 공화당의 매카시 하원 의장은 오후에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금요일(현지시간 19일) 저녁에 다시 회담장에 갈 것”이라면서 “다만 백악관이 정부 지출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데 (그런 식이라면) 예산을 따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정부 부채 협상은 오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이해관계가 걸린 고도의 정치 행위이기 때문에 막판 담판 짓기를 둘러싸고 이견이 엇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귀국하는 21일 일요일까지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막한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 중입니다.

시세
만기 20년 이상 장기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TLT의 19일 시세

이날 미국 채권 시장에서는 주요 국채 가격이 혼조세를 보인 결과 수익률도 엇갈렸습니다. 재무부 집계를 보면 대표적인 단기물인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은 2bp(=0.02%p) 떨어진 5.29% 를 기록했고 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bp 오른 4.28%, ‘시중 장기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bp 상승한 3.70% 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채권시장은 장 중 파월 의장 발언에 따라 한 때 출렁였습니다. 2년 만기 국채 가격은 파월 의장 발언 전 4.34% 선까지 올랐다가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을 일시적이나마 중단할 수 있다는 듯한 발언을 내놓자 10bp 하락했고 결과적으로는 전날보다 4bp 오른 선으로 마감했습니다.

만기가 가장 긴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4bp 오른 3.95% 를 기록했는데, 이는 실리콘밸리뱅크(SVB) 폐업 등 미국 지역은행 유동성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직전인 지난 3월 1일(3.97%) 이후 최고치입니다.

같은 날 뉴욕 외환 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가 약세로 거래 됐습니다. 6대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오후 5시 30분 기준 0.38% 떨어진 103.19 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파월 의장 연설 중에는 103.02 까지 하락해 장중 저점을 기록했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했습니다.

상품 시장에서는 에너지 시세가 떨어진 반면 금 값은 반등했습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7월물은 전날보다 0.35% 하락해 1배럴 당 71.69 달러, 북해 브렌트유 7월물은 0.37% 떨어진 75.58 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밖에 미국 헨리허브천연가스 6월물은 전날보다 0.27 % 하락해 1영국 열단위(MMbtu) 당 2.585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금 6월물은 1.11 % 올라 1트로이온스 당 1981.6 달러에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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