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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보지마”…북한 ‘TV 검열’ 속 시청 방법은?

김대영 기자
입력 : 
2023-05-20 07: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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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북한 주민들이 평양의 한 아파트에서 TV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북한이 일부 국경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TV 검열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전파를 이용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한다는 사실이 북한 당국에 보고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중국과 접한 회령시·무산군·온성군 등의 주민들을 상대로 TV 검열을 진행 중이다. RFA는 북한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주로 휴대전화나 컴퓨터 중심으로 검열을 진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TV 채널 검열로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이달 초에 회령시 안전부, 검찰, 당, 행정기관을 통합한 ‘82연합지휘부’가 시내 각 지역에서 TV 채널을 검열하기 시작했다”며 “일부 지역에서 중국에서 방영하는 한국 영화와 연속극을 시청한다는 사실이 보고됐기 때문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2015년 당국이 각 지역 TV 중계소를 통해 방영하던 시청 프로그램을 전부 유선으로 바꾸기 시작했다”며 “평양을 중심으로 진행된 교체작업이 2017년에 함경남도 이남 지역과 평안남도까지 끝났지만 그 후 설비자재 부족과 2019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일시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선이 설치되지 않은 일부 지역에서는 숫자식(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꾸는 방법) TV 통해 남한 영화를 생동하게 시청할 수 있었고 국경지역에서도 중국 전파를 이용해 남한 영화를 접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북한 주민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TV 2대를 놓고 1대는 보이는 곳에, 다른 1대는 탁자 아래 숨겨두는 방식으로 한국 콘텐츠를 꾸준히 즐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당국이 남한과 외부 영상물을 강하게 통제하지만 발전된 자유세계에 대한 주민들의 갈망을 끊어낼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북한인권단체 국민통일방송(UMG)과 데일리NK가 지난해 북한 주민 50명을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49명이 ‘한국 등 외국 콘텐츠를 시청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화 인터뷰에 응할 만큼 일반적인 북한 주민보다 외부 접촉에 적극적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한국 등 외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결과로 해석된다.

해외 영상을 얼마나 자주 보는지 묻는 말에는 46%가 ‘매달 1회 이상’이라고 답했다. 외국 콘텐츠를 접하는 경로는 가족·친척 64%(복수응답), 친구 50%, 장마당 22% 등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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